수십억원에 이르는 핵심 산업기술을 해외에 빼돌린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첨단 산업 기술 유출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기업의 보안 인프라와 정부의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경남 A 업체 연구개발팀장인 김모(39)씨는 지난 2005년 친구 정모(39)씨로부터 솔깃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정씨가 운영하고 있는 중국의 B 자동차 부품 공장에 공장장으로 오면 고액의 연봉을 준다는 것.

김씨는 이직을 하면서 A 업체가 무려 45억 원 상당을 들여 개발한 '에어툴'의 제조도면과 경영기밀, 인력관리 프로그램 등을 메모리 디스크에 저장해 쉽게 빼돌렸다. '에어툴'은 조선,자동차,자동차정비공장 등에서 철판과 유리를 절단할 때 부드럽게 가공하는데 쓰이는 기계로 A업체가 자체 개발한 에어툴은 중국, 러시아와 이탈리아 등 21개국에 수출하고 있고, 국내 시장 에어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김씨가 빼돌린 생산공정 시스템, 인력관리 프로그램 등으로 B 업체는 기존 70%에 달하던 불량률이 1%로 대폭 떨어져 큰 수익을 올렸고, 유출한 자료를 응용해 자동차 부품 국제표준도 획득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장으로 일하던 김씨는 정씨와 자주 마찰을 빚자 2008년 국내로 입국해 A 업체의 협력사 대표와 손잡고 또 다른 에어툴 제조업체를 차려 최근까지 5억원대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피해를 당한 A업체는 시중에 자사제품과 비슷한 에어툴이 판매되자 뒤늦게 기술유출이 이뤄진 사실을 알아챘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김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중국 B업체 대표 정씨의 뒤를 쫓고 있다.

이처럼 핵심산업기술 유출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보안체계와 관리는 허술하다.

실제로 산업기술 불법 해외 유출은 2003년 6건에 불과했지만, 2004년 26건,2005년 29건, 2006년 31건, 2007년 32건, 2008년 42건,지난해에도 41건이 적발됐다.

국내 우량 중소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위협할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아직 국내 업체들의 보안 의식과 인프라가 허술하고 자체 보안체계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거의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이병진 대장은 "산업기술유출의 경우 피해업체가 당장 유출 사실과 피해를 파악하기 힘들 만큼 보안체계가 허술하다.이번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다면 앞으로 약 5년간 15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할 뻔 했다"면서 "각 기업 차원에서 체계적인 보안체계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